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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의 서재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자신의 그림자를 묻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본문
우연히 똑같은 것을 보고 웃거나, 똑같은 것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하소서.
(티베트인들의 기도)
나는 이제 늙은 걸까. 꿈을 품었을 때의 포만감보다
그것을 현실 속에서 이뤄나가는 일의 고단함을 먼저 생각하다니.
그림자를 묻어 버리려 했던 사람처럼,
나는 스스로를 깊고 험난한 골짜기에 버리고 싶은 마음을 품고 이곳 티베트에 왔다.
자신의 그림자를 묻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나 자신을 유기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삶이 내게 안겨 준 쓰라림만 곱씹다가,
수많은 생애동안 내가 만들어 낸 날카로운 욕망의 가시가 사람들을 아프게 찔렀다는
자각이 찾아올 때면 견디기 힘들어 또 울었다.
티베트를 떠나며 깨닫는다.
그림자를 없애는 단 한 가지 방법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몸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임을.
그림자와 싸우지 않고, 그림자를 만드는 몸의 실체를 고요히 바라봐야 하는 것임을
-정희재,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중에서
언젠가 인도를 가면서, 나는 실종을 꿈꾸었다.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했다.
지독한 기만이었거나, 지독히 어렸던 것. 또는 지독히 아팠던 것이다.
물론 거기도 도피처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내가 정말 그것을 바랐을까?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가 진정으로 사는 것.
그곳에도 삶이 있었다. 그곳에도 일상이 있었고 그곳에도 그들의 고뇌가 있었다.
나는 내 몫의 고뇌를 가지고 여기서 살아간다.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