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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의 서재
인사이드 빌게이츠로부터 본문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를 보기 시작. 3편까지 있는데 1편을 봤다. 기후문제에 대한 부분이 3편에 나오니 꼭 3편까지 볼 것이다. 1편에서 빌게이츠는 가난한 나라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화장실 문제 해결을 위한 7년의 과정과 어린 시절(무려 아버지가 시장이었음) 영상, 본인과 주변 사람의 인터뷰 영상이 교차 편집되어 나오는데 보는 재미도 있고 생각할 것도 있었다.
돈이 돈을 벌 정도로 조오오오오온나게 많으면 뭘 원하게 될까. 위대하신 미쿡 대통령을 보면서 아, 돈이 많으면 그다음은 명예의 끝판왕인 대통령 같은 게 되고 싶나 보다 생각했었다. (사실 돈이 많아도 그다음에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돈이겠지) 나는 소박하게 로또 20억 당첨 정도의 꿈만 꾸는데,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갖게 되면 쾌적한 집에서 책을 실컷 보고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까 이건 내 시간을 어디에다 쓸 것인지를 생각해보기 위한 사고실험같은 거다 로또 당첨되면 뭘 할지 생각해보는 건.) 예전에는 로또당첨이 되어도 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아니다. 내 일을 열심히 하면 결국 사회에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좋겠다.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 이런 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겠지. 그래서 대통령도 하고 싶어 하는 걸까?
돈이 세계 수준으로 많은 빌게이츠는 대통령을 하진 않고 가난한 나라의 화장실 문제,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아마비, 기후재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빌게이츠의 머릿속에 든 생각들을 따라간다. 원제가 Inside Bill's Brain이다.
그는 두뇌가 무척 좋고 배움에 대한 열정도 크다.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아주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일종의 안식휴가같은 걸 만들어서, 큰 천가방에 책을 몽땅 넣어 가지고 가서 책 읽고 생각만 하는 시간만 가지기도 한다. 그의 누나 중 한명은 빌게이츠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는 고통을 잘 다룰줄 몰라서, 익숙한 곳으로 피해버려요. 바로 지식이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빌게이츠가 책 읽는 영상이 나온다. 좀 멋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빌게이츠가 정말 멋진 건 젊을 때 영특한 두뇌로 엄청난 자본을 생성해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고 그 자본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에 있겠지만.) 빌게이츠도 힘들면 책으로 도피하는 사람이네. (공통점 겨우 하나 찾았네)
넷플릭스 inside bill's brain의 한 장면 가방 좋아보인다~
직장생활 초기 가스라이팅과 성희롱을 동시에 선사하던(가스 라이팅과 성희롱은 세트라는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거니까. 동등한 사람으로 안 본다는 것) 팀장 때문에 괴로울 때 영어 책을 많이 펼쳤던 생각이 난다. 탈출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내가 절박하게 매달리나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진통제였다. 한국어로 된 책은 위안이 덜 되었다. 가스라이팅도 한국어로 들었거든. 심지어 그 사람은 내가 직장 밖 독서모임을 하는 걸 알고는 그런 건 자기 같은 사람이나 가는 거다, 너 같은 애들은 가면 안된다고 했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들에게 휘둘릴 것이라나. 너 같은 인간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독서모임 같은 걸 하는 거였지.
어쨌든 그 시간들을 견디며 조금씩 쌓아왔던 영어실력(이라는 것이 있다면ㅎ)으로 빌게이츠의 독서목록을 참고해볼 것이다. 더 많은 책을 더 열심히 읽을 것이다. 좀 더 집중해서.
+) 근데 빌게이츠의 저 천가방은 어디에서 살 수 있지? 아마존을 뒤지면 될까. 이렇게 결국 천가방 사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모든 생각이 기승전-구매로 끝나는 자본주의 소비자. 기후변화를 걱정하다가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산다. 영감을 주는 사람의 영상을 보고 나서는 그 사람이 쓰는 천가방을 산다. 나는 이 체제에 지독히 길들여져 있다.
오늘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토막글을 읽다가 한국사회는 보편적인 세계시민의식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아니라 일종의 '소비자주의'로 작동되며, 결국 민원 중심 사회가 되어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자들의 주장에도 쉽게 정책적 결정을 양보하게 된다는 문장을 보았다. (트위터) 너무 맞는말이라 무릎을 탁 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낸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바란다. 가성비가 내려오는 소비를 원한다. 어디에서든. 공동체주의나 시민의식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결혼도 하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내겠다는 다짐 같은 걸 했었는데. (나 자신은? ㅎ 근데 나는 그렇게 키워진 건가?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길러지는 걸까? 양육법이라는 건 소용이 있는 걸까 아닐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에 재빨리 적응했으니 이제 공동체주의니 시민의식이니 하는 걸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면 좋겠다. 그런 건 자본주의와 달리 사람의 본성과 관계가 없으니 잘 안 될까? 나는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는 남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데.
++) 빌게이츠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루머가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도 이걸 믿는 사람이 꽤 되는 모양이다. 인구가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백신사업에 투자하려고 하는 게 증거라나. (빌게이츠는 백신이 3달러 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말 분명히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치료 가능한 병으로부터 죽지 않도록.) 뭐 나도 가만 생각하면 빌게이츠가 기후 문제도 해결해주면 좋겠고(해결해줄 수 있을 것만 같고) 코로나 문제도 해결해주면 좋겠고 하는 마음이 드는 걸로 봐서 사람들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그 정도로 빌게이츠를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말이기도 하는 듯) 제발 좀 진정했으면 좋겠다. 그는 대단한 영웅도 대단한 악당도 아닌 대단한 부자고 그 자본을 사람들을 위해 쓰려고 하는 사람.
+++) 그 빌게이츠에게도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게 있다면 바로 시간이란다. 가고 싶은데가 있으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갈 거고, 남을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니 자기 시간을 자기에게만 쓸 수 있는데 뭐가 똑같냐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건 그거고 어쨌든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낼 것.
나는 이 넷플릭스 시리즈 덕분에 빌게이츠=컴퓨터천재ㅇㅇ 정도로 얄팍하게 생각했던 게 바뀌었고(만약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제 표를 주겠읍니다... 투표권은 없지만요) 책을 좀 더 치열하게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천가방도 사고싶고..llbean 가방이란다. ) 끗.